제 어릴적 시골에서는 고양이를 키우는 집이 많았어요. 지금처럼 반려묘의 개념보다는 양식을 노리고 접근하는 쥐로부터 가을곡식을 지키는 중대한 임무를 가진  목적에 의해 길러지는 녀석들이 대부분이었어요. 하지만 문제는 이런 중대한 임무를 가진 녀석들이 옆 집 고등어를 훔치는 도둑으로 자라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저희집도 고양이의 습격을 받아 고등어 몇 마리를 도둑 맞은 적이 있었어요. 아침 잠결에 들리는 어머니의 고함소리를 몇 번 들은 기억이 있습니다." 이놈에 나비 새끼가 아침에 조리려고 놔 둔 고등어를 물고 갔네" 뭐 이런 푸념이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다 도둑을 맞았던 건 아니예요. 부엌에 몰래 들어왔다, 어머니를 보고는 부리나케 도망을 치는 모습도 있었어요. 그때 어머니 손에 커다란 빗자루가 들려 있기도 했구요. 



그렇다고 지금처럼 고양이에게 해코지하는 사람들은 없었던 것 같아요. 옆 집 아무개의 고양이일지도 모르고, 자기네집 녀석도 다른 집 부엌을 노렸을테니깐요. 그저 훔쳐가지 못하게 간수를 좀 더 꼼꼼히하면 그뿐이었습니다.  그때의 제 기억속에 고양이 이미지는 그러했습니다. 뭐 시골에서 고양이를 도둑고양이라 부르는 사람은 없었지만 도둑이란 이미지는 가지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다 자라서도 도둑고양이라 부르는 것이 잘못된거란 생각도, 거부감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사회에 나와 직장생활을 하여 모아 둔 돈으로 누나에 집에서 분가해 사당동 다세대 반지하에서 자취생활을 시작하던 때, 그 집 주변에도 길고양이가 아주 많았어요. 또 제 방 창문뒤에는 아주 상주하는 녀석도 있었는데 어느날부터 가는 새끼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더라구요.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니 새끼 4마리가 구석에 움추리고 앉아 야옹거리는데 그 모습이 참 안쓰럽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집에 있는 참치캔을 하나 따 녀석들앞에 놓고 돌아 온 적이 있었는데 그때부터 길고양이와의 인연이 시작된 것이 아니였나 생각됩니다.나중에 알고 보니 이 녀석들 사료를 챙겨주는 캣맘이 3층에 살고 계셔서 매일 이곳으로 밥을 먹으러 오는 아이들이었습니다.






그 녀석들을 사진에 담아 오래전에 포스팅한 적이 있었어요. 내용이 정확히 기억은 없지만 도둑고양이에게도 관심이 필요하다란 내용이었던 것 같은데, 그때 어느분께서 도둑고양이가 바르지 못한 표현이라는 지적을 주신 적이 있었답니다. 그때까지 어릴 적 우리집 고등어를 노리고 부엌에 숨어들던 녀석들의 이미지가 남아 있어 그 당시에는 꽤 불쾌해 댓글을 지워 버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까진 그게 잘못된거란 생각이 없었거든요. 지금에 와 돌이켜보면 참 부끄러운 순간이 아닐 수 없네요. 



도둑고양이란 말이 많이 줄어들긴 했습니다. 도둑고양이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해서 길고양이로 순화해서 부르고 있지요. 그래도 가끔 아직도 도둑고양이라 말하는 사람이 있긴 합니다.가끔 블로그에서도 그런 표현을 보곤 하는데 저도 예전 저에게 댓글을 주신 분처럼 어쩔 수 없이 댓글을 달게 됩니다. 도둑고양이보단 길고양이란 부르는게 좋지 않을까요 라구요. 그렇게 부르지 않는다고 뭐라 할 수는 없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수용을 했던 것 같습니다.







예전에야 담장을 넘으면 곧장 부엌으로 숨어들어 먹이를 들고 나올 수 있었지만 지금과 같은 집구조에서는 부엌에 들어갈 수 있는 확률은 적을 뿐더러 먹이를 들고 나올 수 있는 확률은 거의 제로에 가까울 거예요. 지금의 녀석들이 살기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사람들이 버리려고 내놓은 쓰레기봉투를 뒤지는 일이 고작이지요. 그런 녀석들에게 도둑이란 누명을 씌워 놓는다면 녀석들 입장에서는 참 억울한 일일 겁니다. 더 이상 녀석들이 도둑이라는 오명을 갖고 살아가지 않기를 바라며 잠시 주저리 주저리,








Posted by 하늘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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