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 소설 좀머씨 이야기의 좀머씨 같은 분이 계십니다. 제가 기억하는 어릴시절부터 홀로 생활을 하셨으니 30년은 족히 혼자생활을 해오던 분이셨는데요. 마을 사람과 좀처럼 말을 섞지 않고 밭일을 다니실때도 편한길을 마다하고 사람이 다니지 않는 외진 길로 걸어다니시는 분이었어요. 언젠가 밭일을 하러 가시던 할머니를 마주치고 인사를 들렸는데 인사를 받지도 않으시고 오시던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 가시는 황당한 일도 있었습니다. 제가 어릴적에는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나이가 드니 그 정도가 더 심해지시더라구요.


할머니에게 슬하에 자식이 없는 건 아니였어요. 두분의 자녀가 계셨는데 분가해 살던 아들은 오래전에 사고로 목숨을 잃었고  며느리와 손자3명은 이듬해 도시로 나갔었습니다. 그 손자중에 제 친구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따님은 결혼을 하셔서 도시로 나가셨는데 고향을 들리시는 횟수가 많아봐야 일년에 한 번 정도인거 같았습니다.정확한 그 할머니의 연세를 알 수 없지만 백세에 가까운 연세임에도 아직도 밭일을 하실 정도로 정정한 분이었는데 갑자기 병원에 입원하여 할머니의 손자인 제 친구가 병문안을 하고 잠시 저희 집을 들렀습니다.






어쩐일이야?
할머니 입원하셔서...
어쩌시다가,
그게 할머니가 기름값 아낀다고 보일러를 끄고 약간의 군불한 집히고 잠을 드셨는데 체온이 떨어져 혈액순환이 안되서 몸의 반이 마비가 되셨다나봐. 그게 xx네 할머니가 아니었으면 정말 큰 일 치룰뻔했어. 


대화를 정리해보자면 며칠 전 최저 기온을 기록하던 날, 그 할머니께서 기름을 아끼기 위해 군불만 짚히고 잠을 드셨나 보더라구요. (요즘 시골에는 고유가때문에 기름보일러와 예전 아궁이 또는 나무보일러를 같이 설치하는 곳이 많거든요. 정부에서 무료로 해주는 곳도 있고, 또 지원금이 나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새벽녘 저체온으로 혈핵순환이 안되어 갑자기 마비가 되셨고, 아침이 지났는데도 굴뚝에 연기가 피어오르지도 않고 기척도 없자 옆집에 사시는 다른 할머니가 이상하게 여겨 집안을 잠시 들여다 본 모양이예요. 그때 발견이 되어 병원으로 옮겨졌다고 하더라구요.






시골 인심이 예전 같지 않다고들 합니다. 제가 겪어봐도 그런것 같긴 합니다. 예전처럼 허물없이 지내던 시절은 끝난거 같더라구요. 그럼에도 도시보다는 낫지 싶어요. 가끔 죽은지 며칠이 지나고 나서야 부폐한 채 발견되는 사체에 대한 뉴스가 들릴때마다 그럴 수도 있겠다 싶은게 과거의 제 도시생활이라는게 앞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고 지낸 날이었으니까요.




Posted by 하늘나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