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알이와 동거하기 이백 서른 여덟번째 이야기
낙엽으로 멋을 낸 고양이 집
가을 향기 물씬,



가을옷으로 갈아 입은 나무들이 하루가 다르게 많아지는게 조금만 지나면 제대로 된 단풍산을 감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서글프게도  단풍빛은 오래 빛나지 못하고 시들어 버리지요. 벌써 산길을 걸어보니 떨어진 낙엽이 꽤 쌓여 있더라구요. 아쉬운 마음에 산책을 나갔다가 몇 개 주워 왔어요. 계절을 혼자서만 느끼는게 미안해 콩알이에게도 좀 전해 주려구요.



콩알!
이게 뭔 줄 알아???




관심 없씀,



공에만 정신이 팔려 선 별 반응이 없어요.
오히려 잘 된 일이예요. 녀석이 달려드면 작업이 쉽지 않을터이니....





 




지금 뭐하는거냐면 낙엽으로 콩알이의 집을 장식해 주려는 참이예요.
이렇게 박스테이프에 낙엽을 붙여 말이예요.





 



그리고는 잘 오려서,
하지만 테이프가 가위날에 붙어 예쁘게 자르기가 쉽지 않네요.




 



집에 부착,
한 개 마무리,




 



같은 작업으로 두번째 낙엽을 붙였습니다.
이쪽에는 별 관심이 없던 녀석, 조금씩 관심을 보이는군요.
이제서야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진다는 걸 알았나 봐요.





 



내 집에 이게 뭔 짓거리야,
어서 떼란 말이얏!





조금만 기다려 봐,
멋집 집으로 만들어 줄 터이니,





 



옆에 앉아 지켜보고 있는 콩알양,
표정은 썩 좋아 보이지 않는 게 아직도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예요.




 




지켜는 보겠지만 아직도 난 별로 인 것 같아,




 


녀석의 방해작전,


이놈,
이케 어지럽히면 어캐!!!!!!!!!!???




 



그래도 완성은 됐어요.
미적감각이 부족해 감탄할 만한 그림은 못 되지만 나름 가을 느낌이 나는게 제 마음에는 들어요.





낙엽으로 멋을 부린 가을 느낌 충만한 콩알양의 집




 



하지만 아직도 어색한 콩알,





 



그래도 들어가긴 하는군요.
낯설어 멀리하진 않을까 걱정을 했는데 말이예요.




 



콩알,
어때
마음에 들어????





음.....
나쁘진 않아?




 




그런데
요기가  살짝 허전한데 이쪽에도 하나 붙이지 그랬어?



그게 여백의 미란 것이닷,
알겄냐?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무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참 오랫만에 읊조려 보는 김현승님의 가을의 기도,





남은 낙엽은 거실 탁자에 뿌려 뒀어요.
며칠은 집안에도 가을 느낌이 충만할 거예요.
만약 콩알이 녀석이 저지레만 하지 않는다면요.






Posted by 하늘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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