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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아침은 어머니의 도마소리로 시작이 됩니다.도마소리가 멈추고 잠시 후면 구수한 냄새가 집안에 진동해 코를 자극하기 시작하지요.이때쯤이면 이불 속에서 나오지 않고는 힘든 상황이 됩니다.그렇게 저의 아침이 시작되었습니다.

일어나 세수를 하려 마당에 나가보면 손엔 장을 담을 그릇과 행주가 들려 있는 어머니를 만나게 됩니다. 아침마다 장독에서 된장이나 고추장을 푸시고는 항상 장독을 정갈하게 닦으시는 모습이 어머니의 일상이셨습니다. 제가 아침마다 보는 어머니의 모습이기도 하구요.또 볕이 좋은 날에는 장독을 열어 두시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그 때문에 반갑지 않은 손님(?)을 된장국에서 만나는 일도 흔한 일이였지만 말입니다.단백질 공급원이 귀했던 시절 어머니의 숨은 의도가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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볕이 잘 드는 자리에 있는 장독대는 곡식들을 말리기에 좋은 장소여서 이맘때쯤이면 빨간고추가 널려 있곤 하였습니다. 타지가 나가 있는 자식들에게 줄 고추는 늘상 장독위에 말리고 하였습니다. 그리곤 주실때 태양초라고 자랑하듯 말씀하시곤 하였습니다.또 조금 지나면 무우말랭이가 널리고 또는 깻잎으로 만든 부각도 이곳에서 말리곤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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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전 한국민속촌에서 낯익은 풍경을 만났습니다. 가지런히 놓여 있는 장독위에 널려 있는 고추들....정말 오랫만에 보는 정겹고 그리운 풍경이였습니다. 꼭 그 옛날의 고향에 온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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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에게는 그저 그런 풍경일지도 모르겠습니다.하지만 저의 눈에 그리움이 묻어나는 특별한 그림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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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광경을 보고 어머니를 그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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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독 구석구석 행주질을 하시는 어머니의 손을 보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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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절 어머니의 그 당차던 모습이 보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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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고향에서 보던 그 그림대로 장독위에서 고추가 말라갑니다. 고추가 바싹 말라 부스러거릴때쯤이면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어오겠지요.그때 되면 고향의 장독에는 또 다른 무엇가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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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고향에서조차 보기 드문 풍경이 되어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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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설에 고향가서 찍은 장독대 사진입니다. 이제는 옛날의 옹기뚜껑대신 유리뚜껑을 사용해 날마다 열어 볕을 보일일도 사라졌고 옛날만큼 장독수도 많지 않아 어머니의 수고는 덜었습니다. 그래도 가끔 나와 장독을 청소하는 모습을 보면 그 옛날 어머니의 젊은 날이 생각나 가슴이 아려오기도합니다.

장독을 보며 저는 어머니의 젊은 날을 그리워하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말하면 다 들어줄것만 같던 앞산보다 더 커보였던 젊은 날의 어머니를 말입니다. 지금은 똑바로 서지도 옛날처럼 자식에게 호령하듯 말하지도 못하시는 어머니가 가엽고 안타까워 그 시절, 어머니의 당차시던 모습을 장독에서 그리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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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하늘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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