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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고향으로 내려온지 2주가 지났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보여지는 시골의 한적한 풍경이 처음엔 다소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지금은 익숙한 풍경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강렬하게 내려쬐는 여름햇살,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을 보며 하루를 시작하고 끝을 맺습니다. 요즘은 한동안 멍하니 비가 오는 소리를 들으며 넋을 놓기도 합니다.

정신없는 아침출근, 하루종일 사무실에 갇혀 지내는 도시생활, 그 생활이 싫어 결심한 고향행, 이제 시작입니다. 지금은 마냥 좋을듯하지만 농촌에서의 생활이 그리 호락호락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저도 한때 부모님을 도와 농사를 지어 본 적이 있기때문에 농사일도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귀농! 그것은 단순히 샐러리맨에서 농부로의 직업전환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님을 알고 있습니다. 지금껏 지내온 삶의 방식의 완전한 변화임을 그 변화에 적응해야함을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농촌에서의 생활, 충분한 매력이 있다고 생각되어집니다. 비록 편한 도시에서의 생활, 무엇이든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을 포기하는 대신 불편하지만 느림에서 오는 여유는 어쩜 지난날의 도시생활에서 오는 편안함보다 더 제 삶을 풍요롭게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귀농! 쉽지 많은 않은 결정, 계기는 있었습니다. 정말 오랜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이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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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론 집에서 회사 그리고 매일의 일상에서 보이는 도시의 건조한 환경이 싫어졌던거 같습니다.. 집에서 출발해 회사까지의 거리, 상가 건물들과 빼곡히 들어선 자동차들, 그곳에서 들려오는 온갖 소음이 어느 순간 갑갑해지기 시작했던거 같습니다. 바쁘게 지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드는 때가 요즘 부쩍 많이 들었습니다. 오늘 내가 과연 하늘을 몇 번이나 보았는가?  문득 거리를 걷다 그런 생각을 하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느긋함이 필요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가끔 멍하니 서서 하늘을 바라볼 수 있는 여유, 근처 나무그늘에 잠시 쉴 수 있는 여유, 그 여유로운 삶을 동경해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그래서 요즘은 시간나는대로 들에 나가 무작정 걷고 맨발로 강속에 들어가 보기도 합니다. 여름의 한낮 더위도 잊을 만큼 요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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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사람이 그리워 지기 시작했습니다. 길지 않은 직장생활이였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가족들에게 소홀하고 친구들과 하나둘씩 연락이 끊어지기 시작하는 생활이 싫었던거 같습니다. 같은 아파트에 살면서도 서로 인사없이 지내는 도시의 생활, 따스한 인간미가 그리워지기 시작하더라구요. 그래도 아직 시골은 이웃과의 정이 많이 남아 있거든요.

어느 시간 찾아가도 반갑게 맞이해주는 시골생활, 그 정겨움이 그리워졌습니다.요즘은 매일 먼저 귀농해 정착한 형들을 찾아 다니고 있습니다. 아무때 찾아가도 막걸리 한 잔 아니면 음료수 한잔이라도 반갑게 내어 주는 그 따스함을 몸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오늘은 형들이랑 저보다 한살많은 형들이 세명이나 있어서 그 형들이랑 점심때인데도 막걸리 한 잔을 하고 기분 좋게 집으로 돌아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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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보다 늦게 시작했던 직장생활이였지만 비교적 빠른 시기에 좋은 자리에 앉았습니다.좋은 차도 타 보았고 사람들테 부러움도 많이 받아 보았습니다. 외국계회사여서 권위적이지 않아 회사생활도 편하게 했던거 같습니다. 하지만 다 아시겠지만 그럼에도 끝없는 자리 노력없이 그 자릴 지킬 수 없다는 것을요.

남들보다 먼저 출근하고 퇴근도 늦게 하였지요. 초반에 틈틈히 영어랫슨도 받아야했고 컴퓨터학원도 다녔습니다. 제 생활없이 보낸 7년이였습니다.그런 노력에도 스펙에 밀려 두어번 승진에서 누락되는 아픔도 겪어야했습니다. 그럼에도 꿋꿋히 지켜내고 있었습니다.  근데 마지막에 한계에 도달했었나봅니다. 그 모든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졌으니까요.누구보다 열심히던 선배의 퇴사, 최선을 다함에도 더 많은 것을 요구하는 회사. 이런 중악감이 마지막에 버겁게 느껴졌었나봅니다.

매일 매일 불안한 하루의 연속이였습니다. 미래 또한 불투명했구요. 그래서였나봅니다. 시골의 여유로운 생활을 동경하게 된것이....어쩌면 현실도피가 아닌지 자문해보기도 하였습니다. 무수히 많은 밤을 이 일로 고민한 끝에 내린 결론입니다. 경제적인 어려움도 있을걸 압니다. 또 지금껏 살아오던 삶의 방식도 바뀌어야한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쉽지 않은 일일지 모르겠지만 그것으로 얻어지는 것 또한 있을거라 생각합니다.많은 돈 바라지 않고 몸을 움직이는 만큼 이뤄지는 결과, 그런 삶이 그리워졌나봅니다.그래서 과감히 단행한 시골행입니다.사회에서 도태되었다는 불안감도 살짝 들기는 하지만 뭐~~마음만은 그 어느때보다 편하네요.



흙은 늘 정직하다.
땀 흘린 만큼 돌아온다.
하지만 인간은 그렇지 않다.
땀 흘린 만큼의 결과, 그 작은 진리
이것이 저의 귀농결심의 가장 중요한 첫번째 이유인거 같습니다.
하지만 농촌의 현실도 그리 밝지는 않죠? 이제는 살면서 하나하나 몸으로 부딪혀 나가야겠지요.



Posted by 하늘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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