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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한기에 접어든 농촌은 적막하기만 합니다.날이 추워 모두들 집에만 들어 앉아 마을을 돌아다녀도 사람 구경하기가 쉽지 않은 요즘입니다. 농번기 밭일을 하시던 엄마도 겨울들어 몸을 좀 쉴 수 있게 되었습니다.이젠 긴장이 풀리셨는지 바쁜 농사철에는 아무 말씀도 안하시더니 요즘은 몸 여기 저기 아프시다며 밤이면 신음소리가 간혹 들리시기도 합니다. 아무리 말려도 일을 찾아 하실땐 한 사람 몫 넉넉히 하시는 분이신데 일을 놓으셔서 그런지 야윈 모습이 어머니께서도 늙으셨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가슴 한편이 싸한 느낌이 드는 요즘입니다.

예전에는 일년에 몇번 들러 잠시 보면서 갈때마다 다른 어머니를 보면서 마음이 아팠지만 그것도 잠시 서울로 돌아와 바쁘게 지내다보면 잊게 되곤 하였는데 지금은 같이 살다보니 늙어가시는 어머니를 바로 곁에서 지켜보게 됩니다.그땐 어쩌면 어머니도 늙는다는 것이 믿기 싫어 애써 무시를 하고 지냈는지도 모르겠습니다.그게 저의 마음도 조금 편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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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크게만 느꼈었는데 지금 보는 어머니께서 야윈 너무나 작은 분이 되어 버렸습니다.예전에는 말씀도 그리 많으시지 않았는데 요즘은 무슨 사소한 일에도 참견하기 좋아하시고, 당신것은 모르시고 사시던 분이 요즘은 당신물건에 집착도 보이는거 같습니다. 그런 어머니가 낯설게 느껴져 멀게만 느껴집니다. 어쩌면 저의 마음을 든든하게 지탱해주던 중심점이 사라진다는 것이 두렵다는게 맞는 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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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하니 앉아 허공을 바라보시는 시간이 많아지신 어머니,촛점없이 어딜가 뚫어져라 바라보시는 어머니의 눈을 대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간혹 옆에 앉아 있는 저를 바라보는 시선을 느끼면서도 애써 외면해버리기 일수입니다.다가가 말동무라도 해드리고 싶은 마음은 간절한데 그게 쉽지 않습니다. 뭐라도 물어보면 투명스럽게 한마디 던지는 못난 아들...그건 어쩌면 늙어가시는 어머니를 인정하지 싫은 저의 욕심에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까지 제 마음속에 있는 어머니는 예전 젊을때 그 모습이 그대로 이니까요. 힘들때면 언제나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시던 그때의 어머니...



오늘도 날이 잔뜩 흐리더니 한두가닥 눈발이 내리고 있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안방에 누워 tv를 보시고 계십니다. 거실너머 어머니가 틀어 놓은 tv소리가 들려옵니다. 귀도 예전같지 않아 볼륨은 나날이 높아져만 갑니다.


이런 못난 아들이 세상에서 가장 효자라고 생각하시며 사신 어머니,
쉽지 않겠지만 인정해보려 합니다.어머니도 이제 늙었구나......인정하고 나면 어머니를 다른 눈으로 볼 수 있겠지요.낯설게 느껴지던 어머니의 행동들도 받아들여지겠지요.그리고 이젠 좀 살갑게 대해 보려 노력도 해야겠습니다.제 마음을 지탱해주던 어머니는 사라지겠지만 이제 그 기둥, 어머니 가슴속에 옮겨 드려야겠습니다.



Posted by 하늘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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