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운을 바라며 복권을 구매해 보신 분들이 많을 거예요. 오늘이 토요일이니 부푼 기대를 안고 로또 전문점을 향하는 분들이 많을 텐데요. 저 또한 있습니다. 좋은 꿈을 꿨다거나 간혹 필이 받는 날이 있으면 복권을 구매해 보기는 하는데 대부분은 꽝이 많았고 간혹 되었다 싶은면 500원이 고작이었어요. 예전 즉석복권이나 주택복권은 500원이 지금의 5등 개념이었어요. 그 이후로는 복권을 사야겠단 생각은 좀처럼 들지 않았어요. 로또가 생기고 많은 사람들이 로또에 열광하던 초창기에도 말이예요. 그렇다고 한번도 로또를 구매해 보지 않았던 건 아니예요. 일년에 한 번 정도 친구와 술을 마시고 난 다음 술김에 혹은 진짜 좋은 꿈을 꾸었다 싶으면 사긴 했어요. 하지만 결과는 짐작하는대로 허탕이 많았지요. 그런 제가 요즘 꽤 자주 -그렇다고 주마다 사는 건 아니지만- 복권을 사게 되는 것 같습니다.그 이유는 회사 동료의 영향 때문인데






저희 회사에 남에게 싫은 소리 못하고 어려운 사람 있으면 그냥 넘어가지 못하는 성격 좋은 분이 있어요. 하지만 그런 성품과는 달리 안타깝게도 그분의 지금까지의 인생은 그리 평탄하지 않았어요. -아버지는 본인과 두 동생을 버리고 다른 분이랑 살림을 차렸고 홀 어머니마저 일찍 돌아가셔서 밑에 두 동생을 본인 손으로 장가를 보낸, 뭐 신파극에서 나올법한 인생을 사신-거기다 회사내에서도 남에게 싫은 소리 못하는 성품때문에 스트레스가 많이 분인데 그분이 그렇게 로또에 목을 매거든요. 매주마다 로또를 구매하는 건 기본, 금요일엔 로또방이라해서 로또를 연구하는 모임에도 참석을해요. 하지만 결과는 매번 꽝, 그리곤 새로운 주 월요일이면 될 것 같은 로또번호을 연구하는게 일상인 사람입니다.


 한가지 일화를 들자면 제가 처음 회사에 입사하고 저와 친해질 쯤 대뜸 제 생년월일을 묻는 거예요. 전 속으로 제 생일을 챙겨주려나보다 생각하고 아직 많이 남았어요. 했더니 그러니깐 언제냐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00년 0월 00일이예요. 그랬더니 주머니에서 메모지를 꺼내 정성스레 적더라구요. 그 당시엔 소문만큼 배려심 많고 남 챙겨주기 좋아하는 분이구나 했는데 알고 봤더니 로또 번호를 짜집기하기 위해 제 생일이 필요했을거라는 걸 다른 동료를 통해 알게 되었어요. 주위에서 그분을 걱정해 너무 집착하지 말고 가끔 재미 삼아 사라고 권하는데도 좀처럼 듣지 않은 그 분, 회사에서 받는 스트레스때문에 더 로또에 집착하게 만드는 것 같더라구요.





회사에서 깨지는 날이면 의례 "로또가 되야 되는데" , "되면 다음날 바로 회사 때려쳐야지"  라며 공허한 소릴 늘어 놓는데, 저 또한 이해가 되지 않는 건 아니예요. 저도 가끔은 그런 상상을 해요. 로또가 되면 회사 그만두고 근사한 휴향지에 팬션을 짓고 뭐,,, 뭐 그런 누구나 바라는 그런 이상 말이예요. 그렇다고 그게 이뤄질 확률은 희박하잖아요. 하지만 그 분은 본인이 언젠가는 로또에 당첨될거단 허무맹랑한 가정을 기정사실화하고 사는 사람이예요.. 옆에서 보고 있으면 안타까울 정도로 말이예요. 






그렇다고 로또가 부정적인 면만 있는 건 아니예요. 한 달에 들어오는 월급 뻔한 직장인들에게 로또란 엄청난 횡재는 생각만으로도 기운나는 일이예요.동료의 어려운 경제 사정, 짜증나는 회사 생활, 로또와 같은 운에 의존하려는 그분의 심리는 십분 이해가 되지만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네요. 그리고 한편으로는 로또와 같은 요행을 돌파구로 여기며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지금의 현실에 짜증이 나기도 하구요.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복권과 같은 운에 의존하지 않고도 편하게 살 수 있는 대안은 진정 없는 것일까요?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르는 무더위 속에서 지금도 땀을 흘리며 일하고 있을 모든 노동자들이 일한 만큼의 댓가를 받는 날이 하루 빨리 왔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로또에 기대지 않고도 원하는 삶을 사는 그런 날 말이예요.






Posted by 하늘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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