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천년 해안도로가 끝나는 지점, 분주한 항구 뒷편 비탈진 언덕위에 옹기 종기 모여 앉은 집들이 정감이 가는 곳

삼척해변을 지나 언덕배기길을 걸었습니다.
열려진 어느 집의 대문 안에는 생뚝맞게 키만 커버린 방울토마토가 자라고 ,버려진채 서 있던 자전거와 리어카가 이유없이 친근하게 느껴지는 그런 곳이였습니다.



펑크난 채 리어카를 의지해 서 있던 자전거..



얼룩진 리어카 옆의 잡초는 키가 훌쩍 자라 있습니다.
저거 명아주라고 예전 어머니께서 나물로 해주셨던 그거 같은데....




마을 초입의 넓은 공터에는 이렇게 온전하지 못한 자전거와 리어카가 늘어져 있습니다.
입구의 집들은 제법 그럴듯하고 조경이 예쁜 집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집은 담장이 정말 예쁘더라구요.



조금 더 오르니 빈집이 보입니다.
담장없이 바로 집으로 연결이 되는데 상태로 봐선 집을 비운지 그리 오래된거 같진 않습니다.


어느집 빨래줄에는 빨래대신 마을이 널려 있고..



지금은 시골에서도 잘 볼 수 없는 지게가 어느 집 마당 한켠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또 녹이슨 낫은 지붕위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구요. 




또 공터에 있는 공병의 수가 어마어마하네요.



또 다른 자리에선 국화와 고추화분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텃밭에 자라는 꽃과, 상추..
보기만해도 정겨움이 묻어나는 풍경입니다. 




골목에 서면 늘 가지게 되는 정겨움....
그 느낌을 처음 받았을때가 제 나이 5살 정도였던거 같네요.
어릴 적 엄마처럼 키워주던 큰누나가 처음 신혼살림을 이곳과 비슷한 서울의 변두리에서 시작을 하였거든요. 일년에 한번 부모님과 누나집을 방문할때면 마을버스에서 내려서도 이런 좁은 골목을 한참을 올라야 했습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누나의 집에 도착하기까지 두어번은 쉬었다 가는 부모님과는 달리 전 늘 앞서서 달리듯 걸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리고 맨먼저 도착해 대문을 두두렸구요.
 




누나에게 용돈을 받아 과자를 사기 위해 구멍가게를 가는 길도 이런 좁은 골목이였고,
배웅하러 내려오며 넘어지지 않게 제 손을 잡아주던 누나의 따스한 손의 온기가 전해진 곳도 이런 골목이였습니다. 

아직도 그때의 그 골목이 여렴풋이 기억에 남습니다.
지금은 재계발로 사라져 버렸지만 말입니다.



골목의 끝에서 내려다 보이는 풍경...
마을과 삼척의 바다가 한 눈에 들어오고 전망이 꽤 좋더라구요.
골목을 오르며 흘렸던 땀도 그늘에 앉아서 좀 식혔습니다.




정겨움이 묻어나는 삼척의 골목 싸릿골...
재개발로 인해 수없이 많은 골목들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갑니다.제가 처음 섰던 서울의 그 허름했던 골목도 이젠 제 기억속에서만 존재를 하구요. 이곳도 어쩌면 개발이라는 미명아래 또 언제 사라져버릴지 모를 일입니다. 그때가 되면 누군가는 이곳에 골목이 있었다는 것조차 모르고 지내게 될것입니다. 그리고 전 오늘을 회상하며 혼잣말처럼 이렇게 되뇌이겠지요. 어느 무덥고 지루한 장마가 계속되던 2011년 여름 ,5살 기억을 떠올리며 기분 좋게 이곳을 걸었노라고...





Posted by 하늘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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