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녘엔 가을이 한창이다. 가을걷이를 하여 세워 놓은 참깨를 보고 있으면 어릴때 엄마를 가슴 아프게 했던 일이 떠올라 가슴이 아프다. 이렇게 수확하여 놓은 참깨는 겨울철 좋은 살림밑천이다. 가격도 좋아 겨울 수확이 없는 농부에게는 돈이 필요할때 돈을 구할 수 있는 좋은 작물이였다.그래서 초겨울 광에는 참깨자루가 놓여 있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집이 시골인 나는 고등학교때부터 시내에서 자취를 하였다. 먹고 싶은 것도 많고 사고 싶은 것도 많은 학창시절
넉넉치 않은 집안살림에 용돈이라고 주어지는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어느날 엄마가 장사에게 참깨를
파는 모습을 보고 아! 저거다 싶었다. 얼마되지 않은 양인데 꽤 많은 돈을 장사꾼이 엄마에게 주는 것이였다. 그래서 자취방에 올때 엄마몰래 참깨 한바가지를 훔쳐 가지고 왔다. 와서는 근처 방앗간에 가서 참깨 사냐고 물었더니
그렇단다 그때 2만원정도 받았던 것 같다. 그 이후 2.3번을 더 그 짓을 하였던걸로 기억된다.

그 이후부터였다. 동네 슈퍼에서 물건을 훔치던게......
혼자 자취하는 내 방엔 언제나 친구들이 모였다.  야간자율학습시간 몰래 빠져나와 간단히 야식을 하고 놀다 가곤 하였다. 야식으로 먹을 것이 없던 우리는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근처 슈퍼를 털자고 하였다. 오늘은 나랑 친구한명 다음날은 또 다른친구 이렇게 우리는 일주일에 두세번은 슈퍼에서 물건을 훔쳤다.
한달여를 그렇게 슈퍼에서 훔친 음식으로 야식을 해결하였다. 그러나 꼬리가 길면 잡힌다했던가? 어느날 나랑 친구가 수박을 훔치고 돌아오는 길에 주인에게 잡히고 말았다. 근래들어 자꾸 물건이 없어져 주인이 밤새 지키고 있었던 것이였다. 그래서 학교에 연락을 하였고 급기야 부모님을 부모님을 부르게 되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학교에 오신 엄마는 선생님께 죄송하다고 한번만 봐달라고 사정을 하였다. 선생님께서는 슈퍼주인이 안된다고 경찰서에 신고해야겠다 하시니 찾아가서 한번 사정해 보라고 말씀을 하신다. 나를 앞세워 엄마는 슈퍼로 향하였다.
가서는 사정하신다. 한번만 봐달라고.....주인은 막무가내다. 지금까지 없어진 물건값을 모두 지불하면 용서해주겠단다. 그러나 그 금액이 엄청많았던 걸로 기억된다. 주위 학교에서도 많은 애들이 물건을 훔쳤는데 그것까지 보상하면 용서해주겠단다.안되겠다 싶었는지 엄마가 무릎을 꿇으셨다. 울면서 또 다시 용서를 비신다. 제발 한번만 용서해달라고...보고 있던 내눈에도 눈물이 흘렀다. 이런 짓은 절대하지 않으리라 다짐하면서......
그렇게 하시는 엄마가 가여우셨는지 주인께서는 용서는 해주셨다. 앞으로 그러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는 것으로 마무리가 되었다. 주인에게 몇번씩 고개 숙여 고맙다 인사를 하시는 엄마의 모습이 얼마가 가여워보이던지 내 눈에 눈물이 흐른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때 이후부터 한번도 내 물건이 아닌 것은 탐내지 않았다. 그때 엄마의 모습을 보며 다시는 엄마에게 그런 상황을 만들어 드리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내가 엄마에게 큰 상처를 주었구나하는 생각..

가을 지나가다 참깨의 모습을 보면 고등학생때 엄마에게 불효한 생각에 마음이 아파온다.
올해도 어김없이 가을이 돌아오고 들녘에는 가을걷이로 바쁘다. 가을걷이로 바쁜 들녘을 바라보면 어릴때 뭣 모르고 엄마의 가슴을 아프게했던 철부지 어린시절이 생각나 고개를 떨군다.

Posted by 하늘나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