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알이와 동거하기 백 일흔 네번째이야기
장농위 고양이 한 마리


요즘 콩알이와 잡기놀이를 즐겨요. 제가 발을 조금 세게 쿵쿵거리며 녀석 곁으로 걸어가면 놀이가 시작되는 걸 알고 도망을 치기 시작하는데, 정말 빛의 속도로 도망을 치곤 합니다. 대부분은 얼마가지 않아 구석진 곳에 숨어 있는 녀석을 잡아 들어 올리곤 하는데 요즘 상황은 그렇지를 못해요. 녀석, 제 손이 닿지 않는 곳을 찾았거든요. 장농 위, 얼마전까지 녀석이 가지 않던 곳이었어요. 녀석의 아깽이시절 이 곳에 올랐다 떨어진 후로는 오르지 않던 곳이었는데 그 기억은 잊혀졌나봅니다.






콩알이와 저희 집에 오고 한 달이 지난 어느 날이었어요. 녀석의 울음소린 들려 찾는데 집 안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고, 그러다 장농에서 소리가 들린다는 걸 알았는데 녀석은 보이지 않는 거예요. 녀석, 장농과 벽 사이 이 좁은 공간에 갇혀 있던 거였습니다. 그땐 이곳에 칸막이가 있어 뒤가 보이지 않았거든요. 녀석을 아침에 찾았으니, 어쩌면 밤새 이 사이에서 울고 있었을지도 몰라 급하게 해체를 해서 구했는데, 다시 설치는 못하겠더라구요. 할려면 농을 드러내고 설치 후 다시 집어 넣어야되는 구조라....


그 이후론 절대 올라가지 않던 장농이었는데....






그때의 아픈 기억이 이젠 생각이 나지 않는 모양이예요.
다행이긴 하지만, 불리할때 이리로 도망을 치는 버릇이,





장농위에서 내려다 보는 녀석, 마치 비웃기라도 하는 듯...



잡아볼테면 잡아 보란 말이얌<
쉽지는 않겠지만, 
야옹







콩알을 유인하기 위해 손가락 인사를 시도하는 중,


콩알!
이렇게 먼저 화해 신청하잖아, 
이놈아,
보고만 있을거야?






녀석, 겁 상실, 
시선 회피까지,



거기 올라 가면서 간은 내려 놓고 간거냐?






냉큼 다가와 인사를 받으란 말이닷!!!






아이!
시끄러웡,
어는 집 멍멍이가 짖고 있는 거야>>>






매정하게 돌아서는 녀석,





장농위에 앉으면 태도가 변하는 녀석,
내려다보니 진짜 제가 하찮은 존재로 보이나봐요.


내려오기만 해 가만 안두겠쎄!!!!


녀석을 단번에 내려오게 하는 방법이 있긴 하지만 이 기분 계속 누리라고 패쓰!







Posted by 하늘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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