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집을 떠나는 날
사생활/나의 일상 2009. 1. 28. 09:13 |삼일을 연거푸 내린 눈
고향동네는 다시 눈의 한가운데에 있습니다.
장독대며 앞마당에 눈이 쌓여 한발을 내딛기가 힘이 듭니다.
마당에 쌓인 눈을 쓸고 집에 올라오기전 다시 한번 고향의 그리운 모습을 담기 위해 산에 올랐습니다.
폐허가 된 옆집 처마 끝에 고드름이 얼었습니다.
이렇게 한집 두집 도시로 나가고 고향에는 몇가구가 남지 않았습니다.
예전 명절때의 활기찬 동네 모습을 이제는 찾아 볼 수 없습니다.
엄마가 계신 고향집 지붕에 눈이 쌓여 있습니다.
저 멀리 앞산에도 눈이 쌓여 있습니다.
이렇게 눈이 쌓인 고향의 모습은 엄마품처럼 따스하고 아늑합니다.
한동안 산을 오르고 집으로 내려왔습니다.
엄마는 저를 위해 이것 저것 챙기고 계십니다. 안먹는데도 사과며 배 떡 만두 많이도 쌓아 놓으셨네요
고향집 처마에도 고드름이 얼었습니다.
고향집을 떠나는 날
용돈을 주는 내 손을 뿌리치며 나는 형들한테 많이 받았으니 내가 기름값이라도 줘야겠다며 속주머니에서 2만원을 꺼내 내 손에 쥐어 주십니다. 주신 손 위의 엄마의 눈가가 붉어옵니다.
막내라 너한텐 해 준게 없다. 그래도 엄마 원망하지말구 잘 살어. 그리고 배웅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돌리십니다.
남편없이 6남매를 키우신 엄마의 몸은 얼마나 고단했을지 안 보아도 뻔한데....
엄마는 더 해주지 못한 것이 항상 마음에 걸리나 봅니다.
엄마는 한동안 그곳에 서 계셨을 겁니다.
주체하지 못해 흐르는 눈물 사이로 막내아들이 사라지는 모습을 한동안 그곳에서 지켜보고 계셨을 겁니다.
운전대를 잡는 저의 시야가 흐려옵니다.
그럴걸 알면서도 지금까지 제대로 된 효도한번 시켜드린지 못한 제 자신이 원망스럽습니다.
그러나 그런 저를 세상의 제일 잘난 소중한 자식이라고 말씀하시는 어머니
어머니 저는 세상에서 제일 못난 아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