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삽입 이미지

요즘 콩수확을 하고 있습니다. 다른 집은 타작을 하고 있는데 저희집은 시제가 있어 다른 집보단 늦은 수확입니다.30기가 넘는 산소의 벌초도 해야 했고 시제준비도 해야 해서 그렇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늦게 수확한다고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여서 다행인듯합니다.

시제가 끝나고 월요일부터 시작한 수확인데 겨우 반정도 수확을 한 것 같습니다. 첫수확을 나가던 날 어머니께 콩베는 법을 배우고 있는, 콩은 베는게 아니고 꺽는 것이라는 사실을 오늘에서야 안 아직 모든게 서툰 초보일군이지만 그래도 뭐 잘 적응해 나가고 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옥수수를 베고 난 자리에 콩을 심어 콩 사이 사이에 베고 난 옥수수대가 남아 있습니다.바싹 말라버려 손으로 잔가지를 꺽듯 꺽어서 수확을 하였습니다. 낫을 들고서 하는 작업인데 낫으로 콩줄기를 바치고 손으로 밀면 쉽게 꺽입니다. 힘은 크게 들지 않는데 엎드려 하다보니 허리가 많이 아프네요. 이럴땐 소주 한 잔 생각이 간절해 집니다. 어릴 적 아버지도 바쁜 농사철이면 항상 술에 취해 있으셨습니다. 그땐 그게 정말 싫었는데 지금에서야 그때의 아버지 심정이 조금은 이해가 되는듯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지금은 돌아가신 아버지, 어릴 적 기억되는 아버지는 항상 술에 취한 모습이였습니다. 평소엔 참 다정한 분이셨는데 술에 취하시면 주사가 있으셨지요. 자는 아들 깨워서 한 얘기 하고 또 하고....그땐 그게 싫어서 울기도 많이 울었지요. 그때마다 엄마는 자는 애 깨워서 뭐하는 거냐고 아버지를 나무라시고 그것으로 싸움이 일고...제가 기억하는 아버지의 모습입니다.

하지만 술에 취한 모습만 기억되는 분은 아니십니다. 평소엔 어머니를 도와 집안 청소도 해주시고 초등학교땐 저의 숙제도 옆에서 지켜봐 주셨던 다정한 분이셨습니다.그러나 술을 자주 드시는 아버지가 싫어 전 아버지께 살갑게 대하지 못했던거 같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런데 술맛을 알아버린 지금 힘든 농사일을 하다보면 저도 술 생각이 간절합니다. 이런 일을 할땐 정말 그렇습니다. 쉽게 끝나는 일도 아니고 힘이 많이 들어가는 일은 아닌데 꾸준히 해나가야하는 이런 일엔 말입니다.그때의 아버지도 그러했겠지요. 지금이야 기계의 힘을 빌려 예전 손으로 하던 일이 많이 줄었는데도 이런데 그땐 정말 힘드셨을거라 막연히 생각이 됩니다.

그렇게 힘들게 농사 지어도 손에 쥐는 돈은 얼마 안되었을테고 그 얼마되지 않은 돈 마저도 아이들 학비 보태기에 빠듯하니 빚은 늘어만 갔겠지요. 힘들게 농사지어도 돈을 모으기는 커녕 늘어나는 빚앞에 아버지의 심정이 어떠했을지 조금은 이해가 가기 시작합니다.앞날의 희망이라곤 전혀 찾을 수 없었을 겁니다. 그때마다 속상한 마음에 또 술을 드셨겠지요.그렇게라도 오래사셨드라면 좋았을텐데 그 좋아하시던 술때문에 병을 얻어 아버지께선 제가 고등학교 입학하던 해에 돌아가셨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버지, 참 불쌍한 분이십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지금에서야 그런 아버지가 조금씩 이해되기 시작하는데 이제는 뵐 수가 없어 뒤늦은 후회를 하고 있습니다. 조금만 더 살아계셨더라면 왜 사람은 소중한 것을 놓치고서 알게 되는 것일까요.  어릴땐 몸이 약해 잦은 병치레를 했던 막내아들, 늦은 밤 아파서 잠을 못 이루는 아들을 품에 안으시고 소리없이 눈물을 흘리시던 아버지, 선잠에서 깨면 그때의 아버지 품이 너무도 좋았습니다.그립습니다. 따스했던 아버지의 품이......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람에게 비극은 인생이 짧다는 것이 아니라 ,단지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너무 늦게서야 깨닫는다는 것이다.
인생수업중에서....



초보일군의 귀농일기 그 스무번째 이야기.....

Posted by 하늘나리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이전 댓글 더보기
  2. Favicon of https://bkyyb.tistory.com BlogIcon 보기다 2010.11.17 09:2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아버님 생각에 짠하네요...
    오늘은 아버지께 전화 한통 드려야겠습니다.
    추운데 건강 조심하세요.

  3. Favicon of https://boramirang.tistory.com BlogIcon Boramirang 2010.11.17 09:31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아마도 하늘나리님의 추억속에 자리잡고 있는 아버지 모습을 떠올리며 쓴 귀농일기는 오늘날 농촌의 문제면서 우리 선조님들의 가슴 속에 자리했던 회한같기도 합니다. 하늘나리님도 가을걷이가 끝나시면 소주한잔 하세요. 아이들일랑 깨우시지 마시고요.^^ 가슴 찡한 사연 그래도 웃자구요. 늘 행복하세요.^^*

  4. 최정 2010.11.17 09:39 Address Modify/Delete Reply

    누군가가 이런말을 저한테 하더라고요
    부모를 찾고 싶어도 찾을수가 없을때
    그때 그 부모님과 추억과 사랑이 주마등하같이 스쳐지나가기 시작한다고요~

  5. Favicon of https://kya921.tistory.com BlogIcon 왕비2 2010.11.17 09:45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그리운 아버지 생각에 잠시~보고싶어집니다~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6. Favicon of http://hantory.tistory.com BlogIcon 별찌아리 2010.11.17 09:58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부모님은 생각보다 오래 기다려주지않으시더라구요 ㅜ.ㅜ
    역시 있을때 잘하는게 최고인것 같습니다.... !!

  7. 들꽃 2010.11.17 10:52 Address Modify/Delete Reply

    하늘나리님! 가슴이 뭉클 해집니다,
    사람은 누구나 당시는 몰라요,
    내가 환경에 접하면서 부모도 이웃도 이해하게 되는것 같아요,

    귀농 분명 성공하는 농업인 되실겁니다,
    오늘도 화이팅!!!

  8. Favicon of https://rja49.tistory.com BlogIcon 온누리49 2010.11.17 11:00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사람들은 누구나 다 같은각봅니다
    젊엇을 때는 모르던 일이
    나이가 먹어가면 알게될 때는 이미 엎지러진 물이고요^^

  9. Favicon of http://elleysea.tistory.com BlogIcon 엘리 2010.11.17 11:39 Address Modify/Delete Reply

    사람은 언제나 시간이 지나고 나서 후회를 하고 이해를하는 거 같아요..
    저도 그러네요 ....

  10. Favicon of http://coinblog.co.kr BlogIcon 칼리오페 2010.11.17 13:09 Address Modify/Delete Reply

    항상 있을 때 잘해드려야 겠다는, 이제는
    많이 들어서 진부해 지기도 한 표현인데
    실천이 쉽지않네요.

  11. Favicon of https://hanee1977.tistory.com BlogIcon 직딩H 2010.11.17 13:51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정말 부모님의 마음은 세월이 지나야
    알 수 있다는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그 땐 정말 싫었지만 지금은 이해할 수 있는 마음...
    저도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후에 그리고 아버지가 된 후에
    아버지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답니다..^^
    날도 추워지는데 건강 유의하시구요~

  12. Favicon of https://redtop.tistory.com BlogIcon 더공 2010.11.17 13:56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지금 해라"
    이건 제가 뭐 뭐 있다고 고민고민을 아는 분에게 주절주절
    늘어 놓는데 그분이 제게 딱 한마디 하시더라고요.
    "지금 해, 내일로 미룰 필요가 있어? 생각날 때 하는거야"
    참 쉬운 말이면서도 막상 행동으로 실천하기는 참 어려운 일이죠.
    또 막상 해 보면 아무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저도 지금 시골에 전화 한통 해야겠네요. ^^

  13. Favicon of https://9oarahan.tistory.com BlogIcon 아하라한 2010.11.17 15:21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구구절절한 이야기 잘 읽고 갑니다.
    생각100번 보다 한번의 실천이 중요할 꺼라 생각합니다.
    늦었다고 생각할때가 제일 빠른거겠죠...
    효도~~~`

  14. Favicon of http://Blog.daum.net/kyotostory BlogIcon Meryamun 2010.11.17 17:11 Address Modify/Delete Reply

    가슴한편이 아련한 기분입니다.
    그러고보면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가 그리 원만하지 않은듯 합니다.
    지나보면 그 깊은 사랑을 알게되죠.
    남자들이 좀 이런쪽에는 느려서 그런것 같아요.

  15. Favicon of http://Blog.daum.net/kyotostory BlogIcon Meryamun 2010.11.17 17:11 Address Modify/Delete Reply

    가슴한편이 아련한 기분입니다.
    그러고보면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가 그리 원만하지 않은듯 합니다.
    지나보면 그 깊은 사랑을 알게되죠.
    남자들이 좀 이런쪽에는 느려서 그런것 같아요.

  16. 2010.11.17 18:22 Address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17. Favicon of http://waarheid.tistory.com BlogIcon 펨께 2010.11.17 19:46 Address Modify/Delete Reply

    부모님의 사랑이 하도 크서 우리는 때로 잊고 살지요.
    언젠가 노모가 이런 말씀을 하셨죠.
    너도 부모되어봐야 부모 심정 이해한다고...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이제야 그 부모님 말씀 조금
    이해할 수 있는 것 같아요.

  18. Favicon of http://vivid-vivid.tistory.com BlogIcon Desert Rose 2010.11.17 23:52 Address Modify/Delete Reply

    정말 공감이 갑니다.
    어버이의 사랑은 하늘같은데...
    그 의미를 늦게서 아는 자체가 아이러니하죠.

    늦기 전에 더욱 효도하고 사랑해드려야하는 존경의 대상이시자
    부모님이시죠^^

  19. Favicon of https://sooandjoshua.tistory.com BlogIcon 출가녀 2010.11.18 13:1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멋진 제목에 한번 반하고 멋진 글에 두번 반하고 마지막 명언에 세번 반했네요...ㅠㅠ
    지금 저희 아버지 다치셔서 입원 중이시거든요.. 왠지 마음이 짠해지네요..흐흑
    조심하지 왜그랬냐고 신경질만 부렸는데...ㅠㅠ어엉~
    원래 철원에 계시다가 제가 사는곳 가까운 병원에 입원해 계시는데...
    블로그 할시간은 있고 찾아뵐시간은 없다는게 참 우습네요...

  20. 2010.11.20 10:32 Address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21. Favicon of http://blog.bsmind.co.kr BlogIcon 명섭이 2010.11.21 20:49 Address Modify/Delete Reply

    몇주전 아주 오랜만에 시골에 내려가 콩바슴(수확)을 도왔었죠.
    나이드신 부모님 일을 도와드려야지 생각하지만 내 생활이 바빠서 그러지 못하고 있지만, 핑계가 아닐까 많이 생각합니다.
    겨우 오랜만에 한번 도와드리고나니 아버지가 연신 흐믓해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