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사는 불량집사

 


2화
아직은 우유가 필요해

 

 

 

 

집까지 달려 온 너는 현관문을 열고 날 작은 상자에서 꺼내 주었어.  하지만 난 한동안 움직일 수가 없었어. 지금까지와는  너무도 다른 환경에 어찌할바를 몰랐거든. 잠시 주변을 둘러 보기로 했지. 몸을 숨길 적당한 장소가 찾기 위해서 말이야. 하지만 그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어. 거실장 옆 빈 공간이 아주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야. 난 곧바로 그리로 달려갔어. 그리고는 한동안 그곳에 몸을 숨기고 움직이지 않았어. 당신이 날 부르며 야옹거릴때도 말이야. 아무리 우리의 만남이 운명이라고 해도 아직은 너를 받아드릴 준비가 되지 않았었거든.

 

 

날 내려 놓고 너의 모습은 한동안 보이지 않았어. 배도 고프고 화장실이 급해 거실을 헤매고 있을때까지도 말이야. 먹을 것을 찾아 집안을 서성거리던 난 바로 절망에 빠져 버렸지. 집안에는 내가 먹을 만한 게 아무것도 없었어. 물론 볼일을 볼 화장실도 준비되어 있지 않았지. 그때 쯤 일거야 ,너가 현관문을 열고 나타난 순간이.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는 너의 가슴에 큰 상자가 들려 있었어. 난 곧바로 은신처로 숨어 버렸지. 당신이 상자안을 뒤지며 부시럭 소리를 낼때도 난 나갈 수 없었어. 마음으로는 정말 궁금했었는데 말이야.

 

 

 

 


거실을 분주하게 돌아다니는 널  숨죽여 지켜 보았어, 넌 새로 산 밥그릇을 거실 한편에 내려 놓았어. 그릇안에는 작은 사료 알갱이들을 쏟아 부어졌지.그리고는 베란다로 향했어. 화장실을 준비하기 위해서 였을거야. 나를 위해 열심히 준비하는 너의 모습은 정말 감동적이었는데 말이야, 정말 미안하게도 난 아직 사료를 먹을 순 없거든. 난 아직 우유가 필요한 나이라쿠, 당분간 그 밥그릇을 사용하는 일은 없을거야,

 

 


 

 

 

그렇게 당신이 나를 위한 모든 준비가 마쳐졌을때 밖은 검은 어둠이 찾아 오고 있었어. 너는 이른 저녁을 먹고 방으로 들어가 버렸지. 나를 위한 배려였을거야, 그때서야 난 밖으로 나올 수 있었어. 사료를 먹기위해 밥그릇으로 달려갔을땐 난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어. 조금 전에도 말했지만 난 아직 건사료를 먹기에는 이른 나이라구. 먹어 보려고 몇 번 시도를 해보았지만 넘길 수가 없었지. 화장실은...음? 좀 마음에 드는 것 같아. 하지만 그날 난 굶주린 채로 밤을 보내야 했기에 그 화장실을 사용할 일은 없었지. 지금 생각해보면 무서운 시간이었어. 춥고 외롭고 배도 많이 고팠었거든. 난 밤새 잠을 이룰 수가 없었어. 엄마를 부르며 밤새 울어 봤지만 돌아오는 건 텅 빈 집안에 울려 퍼지는 내 애절한 울음소리뿐이었지.

너라도 나와 줬으면 했지만 너마저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어.



 

 

 

[콩알이를 집으로 데리고 왔을 그 당시 우리집에는 정말로 콩알이를 위한 용품은 아무것도 준비되어 있지 않았었다. 계획없이 충동적으로 입양을 결정했었기 때문이다.그런데다 몇 년 전부터 쭉 반려묘와 함께 하겠단 생각이 있어 나름 고양이에 대해선 좀 안다는 자만심까지 더해져 콩알이가 우리집에 오고난 후 며칠은 많은 고생을 했었다. 녀석을 키워보니 이론과 실제는 참 많이도 다르다는 것을 알겠더라,


녀석이 오고 한 이틀은 거의 먹지 못했다. 나름 사료를 따뜻한 물에 불려 주었는데도 콩알이는 몇 번 혀를 내름거릴뿐 좀처럼 먹지 못했었다. 뒤늦게 사료를 먹기에는 이른 나이라는 걸 알고 고양이용 분유를 주면서부터 녀석은 양껏 먹을 수 있었다. 그때부터 녀석도 정상적인 고양이 모습을 보여주었었지,]

 


Posted by 하늘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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