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산 자락의 어느 이름없는 마을앞을 달리던 어느 이른 오후
마을앞의 아름드리 참나무의 모습에 마음이 동하여 잠시 시간을 보내기위해 차를 멈추었습니다. 어느집 대문옆에 우뚝 선 나무의 수령은 500년은 더 되어 보이는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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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넓게 펼쳐진 가지는 마을 아낙들에 좋은 햇빛가리개로 충분합니다. 나무의 표면이 마치 화성의 분화구같은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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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곳에 이것보다 저를 잡아끈 다른것이 있었습니다. 흙과 돌로 쌓아 올린 돌담이였습니다.서울 덕수궁은산책하기 좋은 돌담길로 유명합니다. 물론 아름다운 길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시멘트를 얹어 만든 담은 흙으로 쌓아 올린 이곳의 돌담보다 정감은 떨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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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로 들어가는 길엔 사람키 반정도의 흙담이 쳐져 있습니다. 담을 사이에 두고도 집 밖의 사람과 인사를 나눌수도 있습니다. 자꾸 높아져만 가는 서울의 담들과는 다릅니다. 감추고 싶은게 더 많아지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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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보면 뒷집 개똥이네 집 장독에 무엇이 담겼는지 감은 다 익어가는지 모든것이 보입니다.
저녁밥을 짓기위해 나왔다가 저녁 찬거리가 무엇인지 물어 볼 수도 있을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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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과 하나가 된 듯한 흙담 뒤 텃밭에 가을 걷이가 끝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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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세울곳이 마땅치않아 마을들어오는 입구에 세웠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오시던 아주머니께서 힘겹게 사이를
지나오십니다. 저에게 싫은 소리를 하시거라 생각하고 죄송하단 말을 전하려는데 아주머니께서 하시는 말씀은
찍을 것도 없는 시골  뭐 찍을거 있어예? 저 뒤 산에 가면 좋싶더  그리 가보소 라고 불평 한 마디 안하시곤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십니다. 옛날 우리네 어머니가 손님상을 위해 힘든 살림 어렵게 상을 차려 놓고도 차린게 없다며 미안해하시던 그 모습처럼 그 분께서도 마을에 온 손님 더 좋은 곳 구경시켜 주시고픈 마음이 있었나봅니다. 그 아주머니의 마음이 담겨 흙담에서 향기가 나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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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저희 고향에도 흙담이 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모두 사라져버렸습니다. 초가집이던 집이 헐리고 새로운 집이 지어지면서 자연히 있던 흙담도 시멘트벽돌로 대체가 되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고향의 향기가 예전과 다르게 느껴지는 이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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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감어린 흙담...사람의 향기가 담겨있는 듯한 흙담장

세상 어느 곳의 담보다 아름답지 않으셨나요?
세상에 특별하지 않은 길은 없다생각합니다. 어느길이건 지난이들의  향기가 묻어 있기 때문에.....
오늘 사랑하는 이와 한적한 시골의 흙담길을 걸어가보면 어떨까요. 일상의 소중한 이야기를 나누며...

008/06/30 - [더먼풍경이야기] - 덕수궁 돌담길보다 아름다운 통도사의 돌담길

덧)
12시53분(분당)
오전부터 잔뜩 흐리더니 눈발이 날리고 있네요.  좋은 일이 생길것만 같아요....^^

Posted by 하늘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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