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오후 전화기를 두고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조카에게서 부재중 전화가 몇 통 와 있더라구요. 제가 했으면 했지, 녀석이 먼저 전화는 잘 안하는터라 무슨 큰일이라도 생긴게 아닌가, 부재중 전화를 확인하고 전화를 하는 그 몇 초 사이 살짝 걱정스런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어, OO!
무슨 일 있어?


삼촌!
고양이 한 마리 더 키울 생각 없어?


없는데, 왜?


좀전에 집에 오다가 집앞 주차장 박스속에 버려진 고양이 주웠거든,


그래?
그럼 니가 키우지?


엄마가 못 키우게 할걸?
그렇지 않아도 엄마테 전화했는데 그걸 왜 가지고 다니냐고 있던 곳에 그냥 두고 오라고 했어,



어쩌지, 나도 곤란할 것 같은데....



할 수 없지 뭐,


잠깐만
삼촌이 좀 더 생각해보고 전화할테니깐 너도 아는 사람들한테 조금 더 부탁해봐,
참 고양이 밥은 먹였어?


응 친구랑 동물병원에 가서 이천원짜리 캔 사서 먹였어,
삼촌!
빨리 전화해줘야 돼, 난 학원가야하거든,


 

 


 



이렇게 전화를 끊고 깊게 생각을 했어요.둘째를 들여야하나, 그동안 생각이 없던 건 아니었는데 갑작스레 둘째를 들일려하니 선뜻 마음이 서질 않더라구요. 그때 녀석에게서 포토메일이 3장 오더라구요. 버려진 그 고양이 사진을 찍어 보내준 것인데 확인하니  콩알이와 같은 삼색이, 모습도 콩알이 아깽이 시절때랑 흡사한게 그냥 모른 척 할 수가 없겠더라구요. 그리고 조금 더 생각을 정리한 후에 녀석에게 전화를 했는데 받질 않더라구요. 그래서 내일 데리러 간다고 오늘만 집에 데리고 있어란 문자를 보냈습니다. 한참 후 녀석의 전화,



문자 봤지?
낼 데리러 갈테니깐, 오늘만 집에 데리고 있어,


그럴 필요없어,
좀 전에 떡볶이 먹는데 옆에 있던 어떤 언니가 예쁘다고 자기가 키운다고 해서 줬거든,


그래, 아주 잘 됐다.


OO! 아주 잘했어,
앞으로도 그런 불쌍한 동물 보이면 못본 척 그냥 지나가면 안돼?


알았어,끊어
수업 들어야 해!


전화를 끊고 생각하니 버려진 불쌍한 고양이를 그냥 지나치지 않고 거둔 조카 녀석이 기특하고 대견한 생각이 들더라구요. 사진을 보니 정말 귀여운 고양이던데 그런 녀석을 버린 사람은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 자신이 키울 입장이 아니라면 다른 곳에 입양해도 되고 방법을 찾자면 아주 없지는 않았을텐데 말이예요. 조금 더 지나면 날이 추워져 새끼 혼자 밖에 놔두면 죽으란 얘기나 다름 없는데 생각하니 화가 나더라구요. 그래도 새로운 가족을 만났으니 참 다행스러운 일인 것 같습니다. 부디 이번에는 버림받는 일 없기를...한번으로도 충분히 아픈 경험일테니 말이예요.

 

 

조카가 찍어 보내 온  사진


 

부디, 새로운 가정에서는 버림받는 일 없이 영원히 행복하렴!



Posted by 하늘나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