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밤의 놀이터 길냥이
고양이/길고양이 골목풍경 2009. 4. 21. 08:08 |어제는 하루 종일 비가 내렸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놀이터 길냥이가 아직도 집에 가지 않고 놀이터 정자위에 앉아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비가 와서 아직 아무도 사료를 나눠주고 가지 않은 모양입니다. 밤 10시가 가까워오고 있는 시간인데 꽤 오랫동안 이곳에 앉아 있었을 것입니다.텅빈 공터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이녀석의 모습이 오늘따라 더 슬퍼보입니다.
비오는 놀이터를 하염없이 바라보던 이녀석 친근한 인기척을 느꼈는지 뒤를 바라봅니다. 나를 향해 울부짖는 야옹소리가 오늘따라 더 측은하게 느껴집니다.
그제서야 일어나 저에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뭥미! 저 배가 너무 고프단 말이삼. 사진 만 찍지말고 사료를 나눠주삼.
안줄거면 사진도 찍지 마세염! 저에게도 초상권이 있담니담.
헤헤헤. 그렇다고 사료도 안주고 가면 어떡해염! 비가 와서 그런지 오늘은 사료주시던 고마운 분들이 집에서 빈대떡에 소주 한 잔 하느라 저를 잊고 있나 봐염!
제가 불쌍해 보이지 않나염?
사료를 놓아주자 정신없이 먹던 이녀석 배가 많이 고팠는지 마지막 한톨의 사료까지 먹어치우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사료을 다 먹고 나서 제게로 다가오는 이녀석 또 무슨 걱정거리가 있는듯 ...
뒤돌아서 빵을 굽고 있네요.
그제서야 집에 어찌 돌아갈까 걱정이 되나 봅니다. 비가 오는 저 거리를 지나야 집에 돌아갈 수 있으니 말입니다. 그곳에 앉아 비가 오는 거리를 한참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집에 가야 되는데 비는 어제나 그칠려나?
아찌! 우산 좀 같이 쓰고 가면 안될까염?
다른 고양이과 동물들처럼 고양이도 물을 아주 싫어합니다. 오늘처럼 비오는 날에 길냥이들이 먹이를 찾아 밤거리를 나서는 것은 죽기 보다 싫은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물보다 더 싫은 것이 아마도 배고픔인가 봅니다. 비오는 거리를 지나 놀이터에 나와 앉기까지의 고통이 얼마나 컷을지 깊게 생각하지 않아도 짐작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