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도 서른을 넘겨 버렸다.
직장생활을 한 지도 10년이 되어간다.
지금 직장에선 가정으로 보자면 아버지의 위치에 있다.

멋모르던 직장 초년시절에 자식이 역활이었다.
동기들과 재미있게 놀기도 하고 후배녀석 군기도 좀 잡아보고 상사에게 대들어
한소리도 듣고 이래가며 직장생활에 적응해 나갔다.

한참을 하다보니 어머니의 역활이 주어진다.
내가 원하든 안하든 간에 나도 모르게 어머니 흉내를 내고 있다.
갓 들어온 신입직원에겐 질책보단 일 잘하라고 다독여도 주고 모르는건 가르켜도 주고
선배들 눈치도 봐 가면서 어느덧 안정을 찾게 되었는데....

벌써 10년 가까이 직장생활을 해 오다보니 아버지가 되어 있다.
눈치볼 상사도 없고 이젠 부하직원에게 일일히 참겨해야할 시기도 지났다.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직장생활 편하게 하겠구나 생각하겠지만 지금까지 오면서
지금처럼 힘든 적이 없다.
부하직원 실수의 책임을 내가 져야하고 그렇다고 모르고 할 잘못인데
심하게 나무랄 수도 없다.
불만이 쌓여도 얘기할 사람도 없다.
부하직원 데려도 놓고"나 요즘  너무 힘들어 나는 이게 불만이야"고 주저리주저리
얘기할 수도 없다.

지금은 작고하시고 안계시는 옛날 내 아버지께서 그랬던 것처럼....
모든 아버지가 그러하겠지만 아버지도 우리에게 한번도 힘드시다는 얘기를 하지 않으셨다.
담배만 피워댈뿐
가끔 술 마시고 들어오시는 날이면 어머니에게 한소리 또하시고 한소리 또하시고
밤늦도록 말씀을 하시곤 하셨는데 어머니는 듣기 싫다며 그만 좀 자라고 하시곤 하였다.
그러면 아버지는 나를 앉혀 놓고 용돈을 주시곤 "요녀석 얼마나 컷나 고추나 한번 만져 보자"
라구 장난을 걸어 오시곤 하셨다.
그러면 나는 그게 싫어서 아버지를 피해 어머니 품으로 숨곤 하였다.
그런 나를 안고 어머니는 또 아버지께 한마디를 하신다.
"왜 얘들한테 쓸데 없는 짓을 하시냐고..."
밤 늦도록 그런 후에 아버지는 잠자리에 드셨다.


그때는 그런 아버지가 정말 싫었는데 지금에서야 그런 아버지의 행동이 이해가 간다.
지금은 작고 하시고 안계시지만 살아 계신다면 묻고 싶다
"아버지! 아버지로 산다는게 어떤거예요?
이렇게 외롭게 가슴에 담고 살아가야 하는 거에요."
아버지께서는  힘들지 않으셨어요
어떻게 하면 잘 지낼 수있어요
좀 가르쳐 주시면 안되나요"
지금 역활을 다하면 할아버지역활을 해야 하는데...
지금 이 힘든 시기를 어떻게 잘 보내야 할지 모르겠다.

더 나이먹어 은퇴를 준비할 시기가 되면 마음이 편해 질려나...
욕심,미련 다 버리고 떠날 준비가 되면


Posted by 하늘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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