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알이와 동거하기 백 마흔 네번째이야기
어머니의 콩나물시루
그리고 콩알이



어머니께서 며칠 지내다 어제 가셨어요. 집에 오셔서는 집안 살림 챙기느라 하루도 편하게 보내지 못하셨습니다. 시골에 가신다고 집에 모셔다 드리고 나오는데 괜히 제 마음도 좋지가 않네요. 저야 어머니께서 한번 오셨다 가시면 냉장고가 꽉 차 한편으로는 좋기는 하지만 지금까지 손에 물을 묻히는 걸 보는 자식 입장에서는 그리 마음이 편하진 않습니다. 부모입장에서는 나이가 들어도 자식은 늘 챙겨줘야 하는 존재인가 봅니다.




이번에는 어머니께서 콩나물 시루를 앉혀 놓고 가셨어요.



사먹는게 집에서 키운 것만 하겠냐?
물 꼬박 꼬박 잘 챙겨라.

그리고 김치는 하루 더 밖에 뒀다가 냉장고에 넣어라



라는 말씀을 남기시고 말이예요.







예전 제가 어릴 적에도 겨울이면 매번 콩나물을 키웠는데
그땐
콩나물 시루에 물을 주는 건 꼭 제 당번이었어요.
별 일 아니었는데도 왜 이렇게 하기가 싫던지요.
힘들어서라기 보다는 막내라는 이유로 모든 심부름을 도맡는 것 자체가 싫었던 것 같습니다.






콩알이 녀석,
콩나물시루가 낯설었나봐요.
주위를 어슬렁 어슬렁,
가끔 통안에 물도 홀짝 홀짝





눈치를 보니 시루안에 것이 궁금해진 모양이예요.






어쭈!
콩알 
거기까지....
더 넘었다간 혼난다.





야옹
궁금한 건 정말 못 참겠단 말이얌!




한번만 볼께요.



알았어!
보기만 해야뎁






알았다니깐요.






하지만 녀석,
결국 사고를 치고 마는군요.





이놈
안된다니깐!


알았어요.
보기만 한다니깐요.


하지만 녀석은 제가 말릴때까지 시루안을 헤집고 있었어요.
그후로도 가끔 근처를 지나다 들여다보곤 한답니다.
그래서 결국 닫힌 방으로 시루를 옮겨야했어요.







Posted by 하늘나리